[스텝포넷제로] 대구경북능금농협, “사과 포장박스를 친환경 포장재로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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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포넷제로] 2022년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스텝포넷제로(Step for Net-Zero)’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캠페인 및 인증이다. 스텝포넷제로는 환경, 경제, 사회,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탄소중립 참여를 독려한다. 또한, 각 분야 전문가의 전문 지식을 활용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탄소중립 또는 탄소 저감 방법을 제안하고 적용 중이다. 친환경 포장재 전문 플랫폼 칼렛스토어와 ESG 경영을 실천하는 50여 개 기업이 함께하고 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22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따르면, 생활폐기물 종류별 1일 배출량에서 택배 포장재 등 '폐지류 기타'는 2021년 대비 21.1% 증가했다. 또한, 택배와 배달음식, 식품·제품 등 포장에 사용되는 '폐합성수지류 기타'는 59.9% 늘었고, 식품 포장 등에 사용되는 '발포수지류'는 27.2%, 택배 포장재 등 '폐지류 기타'는 21.1%, 재활용 품목으로 배출하지 않는 음식 포장 용기류나 비닐류와 같은 '가연성 기타'는 13.7% 등으로 나타나며 전체적으로 급증했다.
제품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포장지로 인해 쓰레기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온라인, 모바일 구매가 늘어나면서 택배 배송을 위해 사용하는 포장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면서 일회용 포장재 등의 사용 급증도 한 몫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할 정도로 과하게 담긴 포장재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도 크다.
올해 초, 대구경북능금농협은 사과 포장 박스에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다. 포장 박스 외부에 플라스틱 필름으로 코팅되어 있지 않은, 100% 종이로 만든 포장 박스다. 심지어 테이프로 결합하지 않아도 되는 자체 결합 디자인으로, 종이로 배출해도 아무 문제 없다. 이에 IT동아가 대구경북능금농협 유통사업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승석 대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대구경북능금농협에서 도입한 친환경 사과 포장 박스 / 출처=대구경북능금농협
100년 이상 과수 품목을 다룬 대구경북능금농협
IT동아: 외람되지만, 농협은 은행이라고 알고 있었다. 농협에서 유통사업본부는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지 소개를 부탁한다.
고승석 대리(이하 고 대리): 대구경북능금농협은 크게 5가지 부문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획 총무 및 조합원 관리를 담당하는 ‘경영관리 부문’, 수신/여신 등 일반적인 은행업무에 해당하는 ‘상호금융 부문’, 조합원의 영농지도와 교육지원을 하는 ‘지도관리 부문’, 농약 및 자재 등 농자재를 관리하는 ‘구매사업 부문’,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하는 ‘유통사업 부문’이다.
유통사업본부는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유통하기 위해 크게 수탁, 매취, 공판 3개 부문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승석 대구경북능금농협 유통사업본부 대리 / 출처=IT동아대구경북능금농협은 지난 1917년 과수농업인들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결성, 100년 이상 과수를 전문으로 하는 품목 전문 농협으로 대구와 경북 지역을 관할하는 도단위 광역농협이다. 사과, 복숭아, 자두, 포도 등 경북의 주요 과수를 취급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약 2,100억 원의 사업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IT동아: 쉽게 말해, 농가에서 생산한 과수를 구매해 시중에 유통하는 업무다.
고 대리: 맞다. 유통하는 방식은 여러 형태다. 조합원들의 농산물에 일정 수수료를 붙여서 공판장에 위탁판매하는 수탁사업, 농산물을 일정 가격에 수매한 뒤 직접 판매하는 매취사업, 농산물 경매 과정을 통해 도매 유통하는 공판사업 등이다. 일반인에게 매취사업은 다소 생소할텐데,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을 농협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수매가로 일괄구매해 수급안정 및 가격폭락을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
사과 농가 모습 / 출처=대구경북능금농협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습니다
IT동아: 최근 칼렛스토어와 협업해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고 대리: 대구경북능금농협이 취급하는 과수 중 가장 많은 것이 사과다. 사과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친환경 포장재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일반인들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조합원이 생산한 사과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취지였다.
‘그린슈머’라는 말도 있지 않나. 자연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인 그린슈머는,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그린슈머는 제품 기능이나 성능, 가격 등 표면적인 구매 기준 이외에 제품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려해 구매한다. 크게는 제품 생산 과정까지 살핀다. 즉, 가치소비다. 조금 비싸더라도 제품의 원료와 생산방식, 포장재 등을 모두 고려한다.
대구경북능금농협에서 도입한 친환경 사과 포장 박스 / 출처=대구경북능금농협또한, 기존 일반 포장재는 주 재질이 종이더라도 코팅하거나 덕지덕지 붙어 있는 테이프 때문에, 버릴 때 재활용할 수 없는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야 한다. 이제는 일반화 된 택배 문화로 편리하게 제품을 구매하지만, 쌓이는 박스 대문에 처치곤란할 때가 많다.
IT동아: 확실히…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곳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ESG 경영을 선언하며 재활용할 수 없는 포장재를 버리고자 노력하는 산업계 움직임도 있었다.
고 대리: 대구경북능금농협 유통사업본부에서 온라인 판매를 담당하며, 엄청난 경쟁 시장이라는 것을 확인한 이유도 컸다. 사과를 판매하는 수많은 업체가 차별화를 고민한다. 우리만의 차별점, 우리 농가의 수익을 높일 수 있는 경쟁력이 필요했다. 칼레스토어와 협업하게 된 계기다. 친환경 포장재를 활용해 사과를 담고 보호하기 위한 박스 디자인을 위해 함께 고민했다. 또한,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박스를 결합해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형태를 완성했다. 박스를 뜯을 때는 간편하게 오픈할 수 있는 개봉선을 넣어 편의성도 더했다.
이렇게 완성한 친환경 포장재 사과 박스를 온라인 판매 상품에 도입했고, 올해 설과 추석에는 선물용 사과 박스 포장에도 사용했다.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 사과 포장 박스 도입은 처음이었다.
출처=대구경북능금농협친환경 포장재 도입은 계속 확대할 예정입니다
IT동아: 친환경 포장재를 활용한 포장 박스 도입 아이디어는 누가 낸 것인지 궁금하다.
고 대리: 직접 했다(웃음). 대구경북능금농협에서 취급하는 사과 물량은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래서 우리만의 차별성,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더 많이 고민했다. 아, 친환경 사과 포장 박스를 온라인 판매 물량에 도입했고, 오프라인 판매 물량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꽤 큰 의미다. 온라인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사과와 같은 과일은 아직 오프라인 물량이 더 많기 때문이다.
고승석 대구경북능금농협 유통사업본부 대리 / 출처=IT동아IT동아: 농가나 유통 채널, 소비자 등이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관심을 보였는지 궁금하다.
고 대리: 이제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사실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했다고 해서 판매량이 엄청나게 늘어나거나, 사람들의 관심이 순식간에 쏠리는 드라마틱한 일은 기대하지 않았다. 크게 보면, 우리가 유통하는 과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지원 중 하나였다.
다만, 친환경에 대한 수요나 관심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그린슈머처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 인식도 변화하고 있지 않나. 환경을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에 발맞춰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사뿐만 아니라 제품을 옮기는 물류/택배 기업 등 업계도 바뀌고 있다. 친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 경영(Social), 지배구조 개선(Governance) 등 투명 경영을 고려하는 ESG 경영을 추구한다.
종이 테이프, 종이 가방, 종이 포장재, 친환경 비닐봉투 등 친환경 포장에 대한 관심은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비닐, 플라스틱 등을 생산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석연료를 줄이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탄소 중립, 탄소 저감, 저탄소 운동과도 맞물린다.
친환경 포장재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다. 우리 농가의 사과 제품을 판매하는 채널에서도 원했다. 최종 소비자들이 포장재를 그냥 버리는 것에 유감을 표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이다. 과대 포장을 줄이고, 재활용할 수 있는 포장재 도입에 문의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대구경북능금농협에서 도입한 친환경 사과 포장 박스 / 출처=대구경북능금농협IT동아: 칼렛스토어와의 협력은 어땠는지.
고 대리: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한다는 점 이외에도 테이프를 사용하지 않는 박스 체결 방식을 고민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계속 논의 중이다. 사과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포장재 부피를 줄일 수 있는 방법, 포도를 위한 친환경 포장 디자인 등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도 친환경 포장재 도입은 계속 확대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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